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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봉제산업, 재도약의 골든타임은 지금
강민구 의원

강민구 의원

대수 제8대 회기 제271회 정례회
차수 2차 질문일 2019.11.2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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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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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 제8대
차수 2차
회기 제271회 정례회
질문일 2019.11.2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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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안녕하십니까?

수성구 범어1~4, 황금1-2, 만촌1동의 강민구 의원입니다.

오늘 저는 지역의 대표산업이었고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만들었던 섬유산업 중, 가장 어려움에 처한 「봉제산업」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고 대구시의 정책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구의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 초기에 국가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1987년에 단일품목으로는 처음으로 100억달러 수출목표를 초과달성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효자노릇을 한 산업입니다. 이 섬유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우리 대구는 우리나라 3대 도시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즉 섬유산업은 대구의 상징이자 정체성 그리고 자부심이었고, 지금까지도 지역산업의 근간에는 섬유산업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뿌리인 봉제산업이란, 재봉틀이나 손으로 바느질하여 의류나 완구 등의 제품을 만드는 산업을 말합니다. 우리의 봉제산업은 80년대 후반까지 고속성장을 하였고, 90년대에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의류회사들이 설립되어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심화와 국내 생산여건 악화로 많은 생산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며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후 그나마 남아 있던 국내 봉제기업들은 임금의 상승과 내수경기하락, 대형마트 등 유통망 확산에 따른 저가경쟁으로 국내 임가공 단가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어 경영난이 가중되었습니다. 저임금 등을 이유로 해외로 진출했던 우리 의류기업들도 중국 및 동남아의 임금인상으로 인해 연이어 파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현 시점은 더 이상 제3국을 통한 제조에 의지하기보다는 국내 봉제산업을 육성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 봉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인력수급의 문제입니다. 지금 봉제산업에는 신규인력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는 그 이유를 봉제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급여를 비롯한 처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9월 ‘대구경실련’에서 대구 서문시장 등의 소규모 봉제노동자 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구지역 봉제노동자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조사대상자들의 평균경력이 29년이 넘는 숙련공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월급은 128만원입니다. 주40시간·주휴수당8시간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1,745,150원의 73%에 불과하고, 또 이들 중 약 절반은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수령하고 있는 열악한 실정입니다.

저임금의 원인으로는 다수의 봉제노동자들이 영세규모의‘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무등록’봉제사업체에서 근무하며, 급여형태도 월급제가 아닌 약 50%가 일한만큼 돈을 받는 형태인 ‘객공제(일명,돈내기)’형태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전 가죽잠바를 만들면 한 벌당 5천원이었는데, 지금은 4천원으로 도리어 깎였다는 것을 봐도 객공제의 열악성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봉제노동자들은 각종 중소기업지원 및 육성 사업들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개인사업자처럼 인식되어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런 열악한 근로 및 급여실태 때문에 지역 봉제산업에는 젊은 인력이 신규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그 나마 이어져왔던 봉제산업 생태계의 붕괴까지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대구시가‘밀라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한다며,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6천800억원을 투자했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대표적 예산낭비사업’이란 지적과, ‘돈만 쓰고 실효성은 없는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하드웨어에 집중한 지원보다, 실제 이 사업을 통해 섬유산업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개선과 이들의 산업적 노하우를 지역사회에 공유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적 도약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봉제산업이 쇠퇴한다고 해서 봉제산업의 중요성도 함께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국내의 정상급 디자이너들은‘봉제산업을 육성하지 않고는 패션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술발전으로 인해 대량생산은 기계가 대신할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의 샘플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숙련된 봉제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봉제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탈리아의 경우, 이탈리아 패션산업이 살아남는 길은 공임(工賃)을 더 지불하더라도 이탈리아 근로자를 육성하고 이들이 생산해야 전체 산업이 살아남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 기업들 또한 이 같은 판단에 동참하여 공임을 15~20% 더 주더라도 자국민을 채용한 공장에 일감을 맡겼습니다. 이는 근로조건과 개선과 봉제산업 신규인력의 유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보다 임금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에서도 봉제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볼 때, 지역 봉제산업의 위기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의 섬유산업은 우리나라의 산업화의 토대를 닦은 대한민국의 근간 산업입니다. 이제 이 산업은 경쟁력을 크게 상실했고, 산업에 종사하며 묵묵히 국가발전에 이바지했던 노동자들은 연로해졌습니다.

이들에게는 퇴직금도, 높은 수준의 임금도 없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숙련된 기술과 산업화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명맥을 이어오는 1,424개의 봉제업체와 아직까진 무너지지 않는 산업생태계가 있습니다.

이제 대구시는 지역의 봉제산업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진 공룡처럼 만들 것인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다시 도약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저는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었던 만큼 ‘K-패션’ 또한 제대로 육성한다면, 다시 한 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대구시에 세 가지 제안을 합니다.

먼저, 숙련된 봉제인력의 높은 기술력을 전수하는데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봉제인력의 연령은 높고 약 30년 정도 숙련된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사라지지 않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지역 봉제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가장 우선해야할 부분입니다. 수십 년간 전수되어온 기술들이 새롭게 유입되는 봉제산업 종사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구시 차원의 기술전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지역의 수많은 숙련인력들 중 1년에 다섯 명만 ‘달구벌 명인’으로 선정할 것이 아니라, 「봉제달인」을 시작으로 섬유, 기계, 금속 등 지역의 다양한 산업별 명인제도를 도입하여 이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련 기술의 명맥과 노하우들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제조직매형’(SPA: 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기업 등 패션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상위 15위권 국가 중 유일하게 세계적인 의류브랜드가 없습니다. 섬유는 지역경제를 성장시킨 산업이고 유행에 민감한 산업입니다.

오늘날 패션산업의 유행이 더 빨라졌고 변화된 환경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은 패션업체가 상품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방식인 제조직매형(SPA) 기업들입니다.

제조직매형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맞춰 단 몇 주 만에 신상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불립니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봉제산업이 필수적이고, 제조직매형 기업들을 통한 산업적 파이를 키울 수 있다면 봉제산업의 쇠락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셋째, 봉제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전체 봉제업의 11%가 밀집돼 있는 중랑구 면목2동·상봉2동 일대를 2016년 면목 패션(봉제)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고, 지난 9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2019 소공인 복합지원센터 구축·운영센터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이달 24일에는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해 패션봉제산업 클러스터 조성 및 낙후 환경 개선을 추진합니다.

우리 대구시도 봉제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정책논리를 개발한다면 봉제산업의 회생을 위한 사업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 봉제기업들의 제조 및 근무환경은 1970년대, 즉 50년전의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대구시가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지역봉제기업들의 걱정을 덜어 주고 생존할 수 있도록 재단(裁斷)지원 등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들을 대구시가 관련업계가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저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던 섬유산업 중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한 봉제산업 분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대구시가 지역섬유산업을 패션산업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봉제산업은 포기해서는 안되는 분야입니다. 이 부분이 무너지기 전에 대구시가 더욱 더 세심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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