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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죽을 각오로 하는 딴죽 걸기
의원명 오철환 작성일 2013-09-25 조회 475
언론사 매일신문 26면 기고일 2013-09-25

오철환 의원 프로필보기(새창열림)

최근 경제민주화가 대세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딴죽을 걸었다간 보수꼴통에 반동분자가 될 분위기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는 인간 존엄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민주주의와는 오히려 거리가 먼 것 같아 조금 아이러니컬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 대단한 경제민주화가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모순된 개념 내지 헌법상 군더더기라는 사실을 감히 지적하고자 한다.

 

경제의 정의를 보면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임’이라 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효율성 원리가 지배한다. 민주주의의 정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라고 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다수결 원리가 원칙적인 작동원리로 지배한다.

경제와 민주주의는 근간이 되는 원리가 각각 다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제와 민주주의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고 설명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를 마치 ‘전가의 보도’나 도깨비 방망이처럼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겁 많은 소인배, 가슴이 갑갑하다.

효율적인 것이 다수결과 일치하고, 다수결의 결과가 항상 효율적이어야 경제민주화란 개념과 정의가 성립한다. 정치는 국민의 상충하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지만, 만약 콘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구가 많을수록 콘센서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수결 이외엔 방도가 없다. 보통 다수결로 선출된 대표가 국회에 모여 합의점을 찾고, 그게 안 되면 최종적으로 다수결로 갈등을 해결한다. 그러나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이 반드시 효율적인 안은 아닐 것이다. 민주화 원리로 경제가 돌아가고 효율성 원리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효율성과 다수결은 노는 물이 다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나의 이해가 원론 수준도 안 된다고 질책한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너무 복잡하게 엉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원론부터 다시 생각해보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 헌법 119조 1항을 보면,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되어 있고, 2항을 보면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1항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2항은 그로 인한 부의 편중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여지를 둔 조항이다. 현재 정치권에선 119조 2항을 근거로 재벌에 집중된 부의 편중 현상을 법으로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말을 제외하면 백번 맞는 말인 것 같다.

지나친 빈부격차의 확대는 시장경제를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최대 병폐이며 빈부격차의 완화는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한 자기투쟁이며 태생적인 생존전략이다. 이렇게 볼 때, 119조 2항은 너무나 당연한 조항이고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 국가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나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망하니까. 우리나라도 당연히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해왔고, 또 앞으로 더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제와 조정에도 그 한계가 있다. 119조 2항의 한계는 바로 119조 1항과 헌법의 기본권 조항이다. 헌법 119조 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와 우리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재벌개혁이나 복지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이러한 헌법적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 뜻도 불분명하며, 초헌법적 개념도 아니다. 헌법 119조 2항 중 ‘통한 경제 민주화를’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 원래의 입법취지에도 오히려 맞고 불필요한 오해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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